오페라가 하나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은 이후에 오페라만을 위한 전용 극장들도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해왔다.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들은 단순한 공연 장소를 넘어서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역사적 공간이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오페라의 대표적인 성지라 할 수 있는 라 스칼라 극장(이탈리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미국),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 하우스(영국)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해보려 한다.
1. 라 스칼라 극장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은 1778년에 개관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오페라 극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주세페 베르디, 지오아키노 로시니, 빈첸초 벨리니 등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명작을 초연했으며 오페라 역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라 스칼라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이탈리아 국민 정체성과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특히나 독립운동 시기에는 민족적인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공간으로도 기능했다. 극장 내부의 디자인은 고전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까다롭고 엄격한 청중이 모이는 극장으로도 유명하다. 초연 당일 관객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좌우된다는 전설도 이 극장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 중 하나다. 실제로 라 스칼라 극장에서는 성악가에게 거침 없이 야유를 보내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2.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뉴욕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Metropolitan Opera House, 줄여서 '메트'라고 부른다)는 1883년에 설립되어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오페라 극장으로 성장해왔다. 초기에는 유럽 오페라를 수입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미국 출신 작곡가와 연출가들을 중심으로 자립적인 오페라 문화가 형성되었다.
메트 오페라는 1966년 현재의 링컨 센터로 이전하면서 현대적인 극장으로 탈바꿈하였으며 최첨단 무대 기술과 세계적인 출연진을 자랑한다. 이 극장은 20세기 중반 이후 라디오 및 위성 방송을 통해 오페라를 대중에게 널리 보급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또한 미국 내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공연을 기획함으로써 다문화 사회의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 동양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작품들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흑인 성악가들에게도 캐릭터의 편견 없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3.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 하우스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 위치한 왕립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는 1732년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현재의 건물은 세 번째로 재건된 구조이다. 이 극장은 영국 오페라와 발레의 중심지로, 왕립 오페라단(Royal Opera)과 왕립 발레단(Royal Ballet)의 본거지이다.
코벤트 가든은 19세기 후반까지도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공연 위주였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국가 지원을 받으며 예술 중심의 고급 공연장으로 거듭났다. 1946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개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오페라와 발레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 극장은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시에 현대적인 실험과 새로운 연출을 포용하면서 영국 공연예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라 스칼라, 메트로폴리탄, 코벤트 가든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각국의 문화와 예술, 역사적 변화가 녹아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 극장들은 각각 고유한 전통과 예술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오페라 예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전 세계 예술가들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오늘날에도 이 세 극장은 오페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장르와 예술 형식을 수용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페라 애호가라면 반드시 한 번쯤 방문하고 싶은 이 극장들은 예술을 향한 음악인들과 애호가들의 열정과 그 역사적 깊이를 고스란히 간직한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오페라 전용 극장이 하나 둘 씩 생겨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오페라 극장이 계속 발전하여 사회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것 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오페라 극장이 잘 자리잡아 문화 예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