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오페라에서 전통적인 아리아는 점차 희미해졌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리아는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음악극과 설치예술, 다원예술 등 새로운 형식 속에서 진화된 형태로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현대 오페라에서 아리아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았고 변화했는지를 분석한다.
아리아, 형식의 붕괴와 의미의 재창조
'아리아'라는 말은 수세기 동안 오페라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로 존재해 왔다. 르네상스 말기부터 시작된 이 양식은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를 거치며 감정의 집약체로서, 인물의 내면을 음악적으로 드러내는 형식으로 정착하였다. 그러나 20세기를 지나 현대에 이르러,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현대 오페라에서 ‘아리아’는 여전히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음악적 형식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더 넓은 차원에서, 오페라라는 장르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묻는 물음이다. 오늘날 오페라는 전통적인 무대 양식을 넘어 영상, 설치미술, 실시간 인터랙션, 사회적 참여 등을 포함하는 다원예술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오페라의 음악적 구성요소, 특히 아리아의 존재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현대 작곡가들은 더 이상 고정된 형식이나 서정적인 클라이맥스를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해체된 문장, 파편화된 선율, 반복적 리듬, 전자음향, 불협화음 등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사고를 재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리아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재정의된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아리아는 희미해졌을지라도, 그 본질 — 내면의 발화, 정서의 응축, 시간의 일시적 정지 — 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새로운 옷을 입고 무대 위를 떠돌고 있다.
현대 오페라 속 아리아의 변형과 진화
오늘날 현대 오페라에서의 아리아는 더 이상 하나의 독립적이고 정형화된 음악 구조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음악극 전반에 스며들어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예로 케이티 미첼(Katie Mitchell)이나 피터 셀러스(Peter Sellars)와 같은 연출가들이 주도한 ‘포스트드라마틱 오페라’에서는 극의 흐름이 음악보다 우선시되고, 음악은 연극적 맥락 속에서의 도구로 활용된다. 작곡가 케이자 사리아호(Kaija Saariaho)의 <L’Amour de Loin>은 명확한 아리아 없이 진행되지만, 서정적이고 반복적인 음형 속에서 관객은 아리아적 감정을 경험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아리아는 없지만, ‘감정의 몰입’이라는 기능은 여전히 작용한다. 한편,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의 는 아리아를 해체하고, 미니멀리즘 반복 구조 속에서 정서적 흐름을 조형한다. 단어가 없는 성악, 수학적 리듬, 음의 병렬 구조는 아리아의 새로운 정의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Thomas Adès)의 이 있다. 이 작품은 현대사회의 억압과 불안을 다룬 이야기 속에 전통 아리아의 요소를 실험적으로 배치한다. 특정 인물의 독백이나 절규가 음악적으로 집중되지만, 그 구조는 변칙적이며 전통 아리아와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이러한 현대 오페라의 특징은 '아리아의 기능을 살리되, 형식은 해체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조립한다'는 방향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요컨대, 아리아는 단순히 없어졌거나 무시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서사 구조 안에서 해체되고 재조립되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청중과 소통하고 있다. 현대 오페라에서 아리아는 더 이상 ‘보여주는 노래’가 아니라 ‘존재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얼굴로 살아남은 아리아
아리아는 정말로 현대 오페라에서 사라졌을까? 겉보기에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전통적인 장식성과 구조, 감정의 절정으로서의 역할은 확실히 퇴조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음악과 감정의 표현 방식이 더욱 다층적으로 진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대 오페라의 핵심은 ‘재현(representation)’에서 ‘경험(experience)’으로의 전환에 있다. 즉,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기보다, 그 감정의 상태 자체를 청중에게 체험시키는 방식으로 오페라가 변모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아리아는 더 이상 하나의 음악적 구간이 아니라, 전체 작품 속에 퍼져 있는 감정의 파편으로 존재한다. 또한, 현대 오페라는 다양한 예술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음악극의 지평을 열고 있다. 멀티미디어, 영상, 설치, 실시간 반응형 시스템 등이 결합되면서 오페라의 ‘형식’ 자체가 해체되고 있다. 이 안에서 아리아는 더 이상 특정한 구획이 아닌, 흐름 속에 스며드는 감정의 진동, 시간의 정지, 혹은 혼란의 축적처럼 기능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아리아는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아리아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은 형식의 문제라기보다, 감정과 표현의 방식에 대한 미학적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현대 오페라가 계속해서 실험과 해체, 그리고 재구성을 반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아리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이제 우리가 알던 그 모습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감각과 문법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