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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코지 판 투테 계몽주의와 인간 본성에 대한 모차르트의 통찰

by neokbw123 2025. 4. 30.

모차르트
출처: Pixabay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ì fan tutte)는 흔히 유쾌한 사랑의 장난극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오페라가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지 경쾌하고 농담 가득한 희극을 넘어서, 계몽주의 시대의 윤리 실험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점을 볼 필요는 있다. '모든 여자는 다 그래'라는 도발적인 제목 속에서 모차르트는 사랑, 정절, 유혹, 자아 정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음악적으로 정교하게 직조해낸다.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이 단순한 유쾌한 오락물이 아니라 시대적인 사유의 산물이며, 오페라를 통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1. 계몽주의 시대, 오페라 무대에서의 윤리 실험

Così fan tutte는 1790년 빈에서 초연되었으며, 대본은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가 썼다. 당시 유럽은 계몽주의의 영향 아래 인간 이성과 합리성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했으며, 이 작품 역시 그 사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주인공 페란도와 굴리엘모는 도론도(Don Alfonso)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약혼녀들이 정말로 충실한지 시험하고자 한다. 이 극중 실험은 단순한 연애 장난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은 인간의 감정이 과연 이성적 통제 안에 있을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계몽주의적 질문이다.

이 오페라는 극 속에서의 실험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변장을 하고, 거짓을 말하고, 결국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느낀다. 모차르트는 이를 단순한 코미디로 흘려보내지 않고, 섬세한 음악적 전개를 통해 그들의 내면을 드러낸다. 결국, 이 실험의 결과는 인간의 감정이 예측 불가능하며, 순수한 사랑조차 환경과 유혹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2. 모차르트의 음악, 인간 심리의 지도

이 작품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인물의 심리 상태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인물의 아리아는 그 순간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며, 모순된 심리의 흐름까지도 음악으로 표현된다. 특히 여주인공 피오르딜리지는 극 초반에는 도덕적 강직함을 상징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의 동요와 내적 갈등을 겪게 되며, 이를 표현하는 아리아 ‘Per pietà, ben mio’는 깊은 고뇌와 혼란을 담고 있다.

모차르트는 이처럼 유머와 경쾌한 선율 사이에 진지한 인간 탐구를 삽입함으로써, 웃음 뒤에 숨겨진 심리적 복잡성을 드러낸다. 이는 관객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때로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진짜 인간’들이 무대 위에 살아 숨 쉬는 것이다.

3. 희극인가? 비극인가? 결말을 둘러싼 해석의 다양성

코지 판 투테의 결말은 전통적인 오페라 부파처럼 화해와 결혼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그 여운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관객은 과연 다시 짝지어진 커플들이 행복할 것인가, 아니면 배신과 불신 속에 관계가 흔들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작중에서 이뤄진 감정의 전복은 단지 일시적인 유혹이었는가, 아니면 인간 본성의 본질적인 유동성이 드러난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이 작품을 가볍게 소비할 수 없는 이유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 결말이 단순한 윤리적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열린 질문으로 남겨진다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모든 여자는 다 그래'라는 냉소적 전제를 조롱하면서도, 실제로는 남녀 모두의 감정과 도덕이 시험받는 과정을 공평하게 묘사한다. 이는 성별을 넘어서서 보편적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이며 오늘날에도 유효한 심리적 통찰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는 결코 가벼운 오페라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 관계의 허상, 감정의 유동성, 도덕의 불확실성을 웃음과 음악 속에 녹여낸 복합적 작품이다. 계몽주의 시대의 윤리 실험으로서, 이 오페라는 지금까지도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오페라가 단순한 사랑극으로 치부되게끔 가볍게 연출이 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그 내면에 담긴 통찰이 너무나도 정교하고 깊기 때문에 이 부분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오페라를 해석한다면 너무 유치하지만은 않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늘날 이 작품을 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인간 본성과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