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그리고 많이 공연되고 사랑받는 작품 중에 하나이다. 제목에 '오페라'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 작품은 전통적인 클래식 오페라와는 엄연히 다른 장르로 분류된다. 많은 이들이 이 두 장르를 혼동하곤 하지만 음악의 구성, 연기 방식, 무대 연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을 가지고 뮤지컬과 클래식 오페라의 본질적 차이를 자세히 비교해보고자 한다.
1. 정의와 장르적 성격
우선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두 장르의 정의에 있다. 클래식 오페라는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서양 고전음악 장르로, 음악과 극, 무용, 시각예술이 결합된 종합예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사는 음악으로만 표현되며 성악적인 발성 기법이 강조된다.
반면, 뮤지컬(Musical Theatre)은 20세기 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발전된 대중 공연예술로 연극적인 요소와 현대적 음악, 춤, 대사가 균형 있게 섞여 있는 장르로 정의내릴 수 있다. 배우들은 노래뿐 아니라 말로 하는 대사(스포큰 대사)를 주고받으며, 음악은 클래식보다는 팝, 록, 재즈 등 다양한 현대 장르를 기반으로 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이러한 정의에 충실한 작품으로 일부 대사는 음악 없이 직접 전달되고,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는 클래식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멜로디와 구조를 도입하여 클래식하면서도 뮤지컬의 틀을 지켰다.
2. 음악 구성과 보컬 스타일의 차이
클래식 오페라에서는 음악이 극 전체를 지배한다. 즉, 등장인물 간의 감정 전달과 이야기 전개가 모두 성악곡(아리아, 레치타티보 등)을 통해 표현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공연 내내 이어진다. 이때 사용하는 보컬 기법은 벨칸토, 베르디식 발성 등으로, 고도의 테크닉과 훈련된 성악가만이 노래를 소화할 수 있다.
반면, 뮤지컬은 노래와 대사가 혼합되어 있고, 마이크 사용을 전제로 한 현대적 보컬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뮤지컬 배우들은 말하듯 자연스러운 발성을 하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오페라의 유령’은 이러한 뮤지컬 특성을 따르되, 크리스틴의 고음역대 아리아(“Think of Me”)나 유령의 강렬한 솔로 넘버(“The Music of the Night”) 등에서는 오페라적인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가창력이 중요하지만 클래식 발성은 필수 요건이 아니며 마이크로 보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클래식 성악가가 아니여도 이 작품에서 곡들을 소화할 수 있다. 이는 두 장르가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3. 무대 연출과 관객 접근성
무대 연출에 있어서도 오페라는 정형화된 클래식 양식을 따르지만 뮤지컬은 보다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시각 효과를 활용한다. 오페라 무대는 음악적 감상에 집중하도록 조명과 무대가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뮤지컬은 특수효과, 세트 전환, 조명, 음향 효과 등 시각적 장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실 요즘은 오페라에서도 무대연출적인 요소들이 매우 심도있어졌고 많은 기술적인 장치를 이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원초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본다면 이 점에서 뮤지컬적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샹들리에 추락 장면, 미러룸, 지하 호수 장면 등은 대규모 무대 장치를 통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며, 전통 오페라에서 보기 힘든 ‘극장적인 감각’이 강조되었다.
오페라는 대체로 원어(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로 공연되는 반면에 뮤지컬은 공연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어 공연되는 경우가 많아서 관객의 접근성이 상당히 높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영어를 기본으로 하지만 각국에서 현지 언어로 번안되어 공연되고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그 이름과 내용 속에 오페라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형식과 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명백한 뮤지컬 장르에 속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페라의 음악성과 뮤지컬의 대중성을 모두 수용하며 두 장르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예술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이러한 구조는 클래식 음악의 고급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성에 맞는 연출과 표현을 통해 폭넓은 관객층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페라의 유령’은 단순히 뮤지컬로서가 아니라, 오페라와 뮤지컬의 예술적 교차점에 선 독창적인 작품이라 평가받기에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