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에는 수많은 걸작으로 남은 오페라가 존재하지만 그 중 일부는 끝내 작곡가의 손에서 완성되지 못한 채로 세상에 남겨진 작품들이 있다. 특히 서양 오페라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두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자코모 푸치니는 각기 다른 시대에 활동하였지만 공통적으로 작곡 중이던 오페라 또는 음악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 글에서는 모차르트와 푸치니가 남긴 미완성 오페라 작품을 중심으로 그 배경과 음악사적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미완성 작품들은 단지 끝맺지 못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곡가의 예술성과 시대적 맥락을 조명할 수 있는 귀중한 음악사적 자료로 평가받는다.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석과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1. 모차르트의 미완성작 – 레퀴엠과 오페라의 그림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그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와 같은 완성도 높은 오페라를 남겼지만 죽음을 앞두고 작곡하던 레퀴엠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였다.
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장례 미사곡으로, 성악, 합창, 오케스트라가 함께 어우러지는 장엄한 구성이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의 작곡 중에 병세가 악화되었고 결국 1791년 12월 5일에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은 그가 죽음을 예감하며 작곡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록 레퀴엠은 오페라는 아니지만 당시 모차르트는 새로운 오페라 구상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향후 오페라계에 큰 공백을 남긴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제자 프란츠 쥐스마이어(Franz Süssmayr)에 의해 보완되었지만 오늘날에도 어디까지가 모차르트 본인의 작곡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러한 미완성의 흔적은 오히려 레퀴엠을 신비롭고 전설적인 작품으로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2.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라 보엠, 토스카, 나비 부인과 같은 서정적이고 감정적인 오페라를 작곡한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Turandot)는 동양적인 분위기와 극적인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작곡 도중 푸치니의 사망으로 인해서 완성되지 못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투란도트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며 테너 아리아 Nessun dorma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푸치니는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인 류의 죽음 이후 부분을 완성하지 못한 채 1924년 후두암 수술 중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 이후에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가 푸치니의 스케치를 참고하여 결말을 작곡하였지만 그 음악적 완성도나 극적 전개에 있어 원작자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투란도트의 초연은 1926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연주되었고 당시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까지만 지휘한 후 청중들에게 “여기까지가 마에스트로의 작품입니다”라고 말한 일화로 유명하다. 이렇게 미완성된 상태로 공연이 올라간 오페라는 푸치니의 예술적 정점을 오히려 더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3. 미완성 오페라의 음악사적 의미
미완성 오페라는 그 자체로 작곡가의 유작이자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적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각 작곡가의 말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미완성이라는 특성이 오히려 청중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과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하게 ‘끝나지 않은 작품’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오히려 그 미완성은 작곡가가 도달하고자 했던 예술적 이상에 도달하기 직전의 순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후대 작곡가, 음악학자, 연주자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고 있다. 또한 미완성이라는 열린 구조는 각 시대에 따라 새로운 해석과 완성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예술적으로 의미가 깊다.
결국 미완성 오페라는 작곡가의 생애 마지막 순간과 창작의지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으며, 그 안에 담긴 예술성과 역사성은 오늘날까지도 오페라 팬들과 연구자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