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와 ‘프리마돈나’는 단순한 칭호를 넘어 오페라 역사 속에서 여성 소프라노들이 쌓아온 예술성과 영향력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이번 글에서는 디바의 기원과 프리마돈나로 불렸던 전설적인 여자 성악가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문화적 유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오페라라는 무대를 통해 목소리 하나로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 여성 성악가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음악 역사를 넘어 인류 문화유산의 한 축을 형성해왔다.
1. 디바와 프리마돈나 의미와 역사적 배경
‘디바(Diva)’와 ‘프리마돈나(Prima Donna)’는 단순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이 용어들은 오페라 역사 속에서 뛰어난 예술성과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여성 성악가들에게 부여된 일종의 경의와 찬사의 표현이다. ‘프리마돈나’는 이탈리아어로 ‘첫 번째 여성’을 뜻하고 오페라에서 주인공을 맡는 여성 가수를 가리키는 공식적인 용어였다. ‘디바’는 라틴어의 ‘divus(신성한)’에서 유래해서 신적인 존재로 여겨질 만큼 탁월한 예술가를 칭할 때 사용된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 두 용어는 때로는 교차해서 사용되기도 하고 구분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프리마돈나는 작품 내 역할을 중심으로 정의된 것이지만 디바는 무대 밖에서도 강한 카리스마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을 의미하기도 했다. 특히 당대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디바는 그 한계를 넘어선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2. 대표적인 소프라노들
오페라의 황금기를 이끈 디바들은 단순히 가수가 아니라 예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중에 대표적인 인물로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레나타 테발디(Renata Tebaldi),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é) 등을 들 수 있다.
마리아 칼라스는 ‘라 디비나(La Divina, 신성한 그녀)’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단순한 기술적 완벽함을 넘어서서 극적인 연기와 감성으로 오페라 연기를 새롭게 정의한 인물이다. 그녀는 벨칸토 레퍼토리의 부활을 이끈 주역으로 남았으며 오페라의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이기도 했다.
레나타 테발디는 따뜻하면서도 강한 음색으로 전통적인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통을 보여주었고 그녀의 연기는 늘 정제된 품위와 완벽한 발성으로 평가받았다. 그녀와 칼라스 사이의 라이벌 구도는 대중에게 오페라의 매력을 더욱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스페인의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는 유려한 레가토와 극적인 감성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으며 프레디 머큐리와의 콜라보레이션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3. 오늘날의 디바
21세기의 무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디바들이 등장하고 있다.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 조이스 디도나토(Joyce DiDonato)와 같은 현대의 소프라노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한 연기로 세계 무대를 사로잡고 있다.
안나 네트렙코는 러시아 출신 성악가로 다양한 언어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력과 풍부한 감성을 갖춘 대표적인 프리마돈나이다. 그녀는 고전 오페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출 기법과 무대 해석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오페라 예술의 현대화를 주도하고 있다.
디아나 담라우는 기교적인 벨칸토 창법에 정수를 보여주며 특히 모차르트와 벨리니 작품에서의 섬세한 연기와 정확한 음정 처리로 찬사를 받는다. 조이스 디도나토는 메조소프라노지만 그녀만의 예술성으로 현대 오페라계에서 프리마돈나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교육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듯 디바는 단지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진화하면서 오페라 예술의 중심에 서 있는 존재이다. 그들은 예술성과 인간미를 모두 갖춘 시대의 거울이자 미래를 여는 예술계의 열쇠이다.